책 무릎딱지는 어머니가 죽은 뒤 어린 아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무릎딱지를 떼면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잊지 않기 위해 계속 딱지가 지고 새살이 돋을 때 쯤 뜯어내 상처를 계속해서 낸다. 그런 엄마 목소리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엄마의 온기, 냄새가 집안에서 사라지지 않게끔 더운 여름에 문도 안열고 한다. 그러다 슬픔에 빠진 가족을 도와주기 위해 친할머니가 오신다. 그리고 문을 다 열어 버린다. 그러자 주인공 아이는 어머니의 온기가 날라간다며 노발대발한다. 할머니는 아이에게 생각을 바꿔준다. 엄마는 밖에 물질적으로 있는게 아니라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되자 아이는 엄마를 느끼기 위해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며 심장 박동을 느낀다. 엄마가 마음 속에 같이 있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그렇게 되자 아이의 무릎에 남아 있던 딱지를 떼는 일을 그만하고 새 살이 돋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여기서 짚어볼 주제는 두가지이다. 아동의 가족과 사별할 때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과 이야기를 통해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고 애도하는 과정이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성인인 우리도 사별이라는 주제가 쉽지 않은 주제다. 책으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주변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성인에게도 버거운 주제인데 어린아이가 느낄 가족의 죽음은 감당하기 버거운 주제일 것이다. 어른인 우리는 아이에게 죽음이라는 주제와 가족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첫번째로 아이들에게 죽음은 어떤 신화처럼 죽음을 받아들일것이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는 하늘나라에 가셨다 혹은 어디 먼 곳으로 가셨다고 하는 것 처럼 말이다. 물론 이런 추상적인 죽음이라는 것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짚을 수는 없겠지만 어떤 하나의 이야기를 만듦으로 아이에게 개별화된 이야기(내러티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하늘나라에 갔다 정도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지니는 개별적인 의미를 부여함과 동시에 그러한 존재가 더이상 함께할 수 없고 가슴속에 함께할 것이며, 그러한 상황에 슬퍼하고 애도해야 한다는 정도로 설명해 주는 것이 어른의 도리일 것이다.
어린이용 도서인 이 책은 성인인 우리에게도 어떻게 슬퍼하며 애도할 것인가에 대한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슬픔의 과정은 이별 후에는 필수불가결적인 요소이다. 그러한 슬픔의 과정은 떠나보낸 이를 위한 것만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잘 슬퍼하는 것, 마음속에 사무치게 아파하는 과정은 산 이가 떠난 이와 성숙하게 이별하는 방법이다. 또 애도의 마음이 결코 죽음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만 이뤄져서는 안된다. 책의 할머니가 아이에게 이야기 한 것처럼 가슴 속에 그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 한단계 높은 차원의 애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글을 쓰는 본인도 어릴 때 가까운 가족을 먼저 떠나 보낸 일이 있다. 그때에는 나름 철이 없어서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는 약간 무덤덤했다. 아프기도 하셨고 돌아가실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터라 크게 놀라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례식에서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해 주시고 그렇게 같이 울며 슬퍼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약간은 언짢고 불편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고 지금은 먼저 하늘나라로 간 가족을 마음 깊이 함께하고 있다. 어린 나도 슬픔을 잘 극복하고 성인이 된 현재 고인을 계속 떠올리는 게 나와 떠난 이를 위한 최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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