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의사를, 의사는 환자를
의료인은 환자의 고통을 못느낀다 | 의료종사자는 일반인보다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수준이 낮 다. 미국에서 2017년 말부터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고통을 표현하는 환자 로봇을 만들기 위하여 선행 연구를 실시하였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로봇과 가상 아바타의 얼굴 표정에서 감정을 인지하는 정도와 관련하여 정확률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였다. 102명의 지원자가 로봇과 아바타의 비디오를 보았고 평가 는 표현과 감정의 종류를 맞추는 것 이었다. 지원자의 절반은 의사, 간호사, 약사와 같은 진료진이고 절반은 의학적 배경이 없는 사람 들이었다. 연구 결과 임상전문가가 비임상전문가 보다 통증과 분노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바타가 표출하는 고통에 대하여 비임상전문가가 83% 맞춘 것에 비하여 임상의는 54%에 그쳤다. 이 연구는 의사가 일반인보다 사람의 통증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것에 있어 의사가 통증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선행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박정식, 정창록, 2017)
아니 얼마나 아프길래 |
환자는 질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 그 고통은 몸의 통증만을 의미하지 않 고 정신적 괴로움까지 동반한다. 만성질환이나 불치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신체적 고통인 통증이란 질 병에 대한 증상이 아니라 질병 그 자체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통증을 항상 느끼며 삶에 대해 부정적 인 태도를 가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체험은 정신적 고통을 일으킨다. 따라서 우리는 고 통을 단 순히 신체적 통증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정신적 괴로움까지 동반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 다(박정식,정창록, 2017).
짐작하기 힘든 고통의 정도 | 투병기속 환자는 만성질환중 하나인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다. 류 마티스 관절염은 자기면역질환 중 하나인데, 림프구가 우리몸의 활막을 공격하여 관절염을 발생시키는 질환이다. 투병기 속 환자는 "밤마다 손목을 부여잡고 신음하며 깨어났다.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없는 날들이 계속됐다. 밤의 끝자락에서 겨우 잠을 한 줌 부여잡게 되어도, 아침엔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깨어났다. 밤이 오는 것이 두려워지고, 잠에서 깰 때 기지개를 켜는 일이 끔찍해졌다. 기지개를 켤 때 마다 온몸 관절의 마디마디가 다 부서져 내리는 것 같았다."라고 투병기에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러한 만성질환의 치료는 질병의 완치보다는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데 주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윤재희 등, 2004).
고통에 몸부림 치는 환자, 무관심한 의사 |
이런 상황에서 투병기의 환자는 의사와의 소통문제를 겪고 있다. 첫째로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소통되지 않았다."의사는 단 한 번도 내게 그런 설명을 해준 적이 없었고, 치료 주사에 걸었던 한 가닥의 희망이 그날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둘째로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 "의사들은 대개 질병과 약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환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질문을 싫어 하는 의사들도 많다." 세번째로는 진료상황에서 고통에 대한 깊이있는 소통이 부족했다. "갈 때마다 그간 지옥 같았던 일상의 통증들과 증상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의사에게 그 짧은 시간 동안 빠짐없이 이야기하 려고 노력했지만 의사는 내가 기대하는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의사는 통증에 대한 내 호소 에 따라 약의 용량을 점점 더 높여주었는데, 통증이 심할 때는 그 약으로도 통증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이상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 즉, 고통에 집중하는 데 반해 의사들은 그 원인인 질병에 대한 진단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하고 진료를 하는 경향이있다”며 “환자들의 진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보니 환자의 만족도도 떨어진다”고 지적 했다. 또한 그는 “이처럼 환자와 의사 사이의 ‘진료’를 바라보는 견해차 탓에 원활한 소통이 어려운 문제는 환자와 의사 사이 인간적 유대 및 신뢰 관계를 쌓는 데 방해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질병과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은 왜 미흡했나 |
질병의 치료와 환자가 겪는 고통을 완화하고 환자 스스로 질병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의료진은 환 자가 겪고 있는 질병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투병기의 환자처럼 충분히 설명 받지 못하는 이유는 짧은 진료시간의 문제이다. 진료시간이 짧은 이유는 또 낮은 진료수가 때문이다. 3 분을 진료하나 30분을 진료하나 다르지 않은 수가는 이러한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의사본인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환자에게 가능한 모든 질병과 그 치료에 관한 내용들을 설명하고 싶은 의지는 있어도, 그렇게 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대기실에는 수십명의 환자가 몇시간 동안 기다리는데 한 분의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미국과 호주같은 경우 환자에 게 질병에 관한 교육을 위해 진료시간을 보장해주는 적절한 수가체계가 자리 잡혀 있기에 환자안내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환자는 의사를, 의사는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의사와 환자는 서로를 진단과 치료를 내리고 받는, 일방적인 관계로 있기 보다는, 상호 존중의 주체로 대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 역시 치료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자는 의사의 치료과정을 신뢰하고, 잘 이행해야만 환자가 겪는 질환으 로부터 오는 고통과 괴로움을 덜어낼 수 있다. 또한 의사나 환자 모두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소통하거 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인식할수록 소통만족도는 낮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이병혜, 2011). 그러므로 서로 상호 존중의 태도로 일방적인 말하기 방식이 아닌 쌍방향적 소통이 필요하다. 또한 근대 의학의 도입으로 환자는 생의학적 의료를 수행하는 의사에 대해 사무적이고 냉랭하며 무관 심한 태도를 느끼게 되었다. 또한 환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더라도 경청 되거나 공감 받지 못하며 의사로 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도 충분히 듣지 못한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정연옥, 박용익, 2020). 의사는 질병을 신체의 조직이나 기관의 이상현상으로만 판단하는 생의학적 의 료를 진행하기 보다는 환자가 겪는 고통에 공감하며 이해하는 환자중심적 의료를 진행해야 한다.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주관성과 그 돌파구 |
마지막으로는 환자는 자신이 겪고있는 고통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의료진은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갖추어야 한다. 환자 의 고통에 관한 주관적 경험을 의사에게 전달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과정을 결정하 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하지만 의사는 진단에 필요한 자세한 증상 정보를 얻기 위해서, 환자의 '내부 적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환자 자신의 '구두설명'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 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신체적 느낌이나 상태를 '일상적 언어'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증 상에 대한 자세한 기술보다는 '고통의 호소'나 의사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일관하게 된다(이두 원, 2000). 만족할 만한 의사-환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양질의 의료행위의 초석이다. 일부 연구결과 의학적 진단과 치료의 60-80%가 의사가 환자를 면담하여 얻어진 정보를 근거로 결정한다고 한다(서 판수, 2002).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이론에 의하면 환자와 의사 간 의사소통은 그들이 참여하는 언어놀 이 속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놀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가 규칙을 정하여 고통 의 의미와 그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한다. 이때, 의사가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 도 중요하겠지만, 이와 더불어 환자도 자신의 고통 을 의사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의사는 환자가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고, 환자는 고통에 대해 모호하게 표 현하지 말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양자 간 기준을 정하여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박정식, 정창록, 2017).
맺으며 |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환자가 느끼는 수준만큼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자의 고통에 는 둔감하고, 그 질병의 해소라는 관점에서 환자를 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투병기의 환자같은 만 성질환자 들은 끔찍한 고통을 매일매일 마주한다. 환자는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의사와 의 신뢰관계는 긍정적으로 설정되지 않았으며 고통의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적절한 의료수 가의 보장으로 충분한 진료시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의사와 환자는 서로를 치료의 주체와 객체로 설정 하기 보다는 상호존중의 태도를 갖고 주체와 주체로써의 관계로 설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통의 주 관성을 해소하고 질병의 정확한 진료와 치료를 위해 표현의 기준을 설정해야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 사는 존엄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고 환자는 만족할만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참조 문헌 :
박정식, 정창록. (2017). 의료에서 고통에 관한 환자와 의사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 비트겐슈타인의 고 통 해명을 중심으로. 한국의료윤리학회지, 20(2), 219-233.
윤재희, 강종명, 김경수, 김승현, 김태환, 박용욱 등. (2004). 한국인 만성 질환과 건강 관련 삶의 질. 대한류마티스학회지, 11(3), pp.263-274.
이두원. (2000). 의사-환자간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대한 대화분석 연구. 한국언론학보, 45(1), 232-26 5.
이병혜. (2011). 의사-환자 간의 의사소통 장애요인 인식 차이와 소통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커뮤니케 이션학 연구, 19(1), 35-54.
정연옥, 박용익. (2020). 공감이 의학에 끼치는 영향과 의미. 인문과학, 120(0), 225-254.
혜정, <일상의 일부가 된 통증, 그 시간을 살다>, 2020.07.08,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 ws/articleView.html?idxno=14854)
혜정, <질병인에게는 너무 먼 의료계의 언어>, 2020.10.14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 articleView.html?idxno=1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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