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은 여성의 인공임신중절과 관련된 발표, 전문가 공청회를 진행하였다. 1학년때에도 같은 주제로 생각하고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전문가 선생님들의 발표와 관련된 질의응답을 듣고 내 생각이 굳혀졌다. 더불어 김한나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신 2020년 12월 8일 실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를 보았는데 이 글에서 수업과 전문가 공청회를 통해 알게된 바들과 내 생각을 정리해보겠다. 우리나라의 낙태죄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입법을 대기중인 상황이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사유는 다음과 같다. 현행 형법이 태아의 생명권을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과도하기 때문에 기존의 형법 269조와 270조가 효력을 상실한다. 또한 위헌판결과 함께 향후 입법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생명권 정도의 수준으로 고려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존에 모자보건법에서는 몇가지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였다. 부모의 유전적인 소질 또는 특수 사정에 의해 태아가 치료 불가능한 중한 질병에 걸렸거나 기형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와 같은 우생학적 사유, 임신을 지속함으로써 산모의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보건의학적 사유, 성범죄나 비윤리적인 이유로 임신하게 된 윤리적인 사유가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낙태의 사유이다. 하지만 이 모자보건법은 그 유래가 일본, 독일에서 기원하며 오늘날의 사회 현실 및 의학적 현실과 맞지 않는 사유가 대부분이다. 일단 우생학적 사유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장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태아를 인공임신중절술을 통해 생명을 빼앗는 경우에 대해 살펴보자. 이것을 태아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장애를 갖거나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너는 살 가망이 적고, 살만한 '정상적인' 신체(여기에서 '정상적인'신체라는 것 역시 모호한 쟁점이다. 얼마나 정상적 이어야 하고 어떤 장애가 '살만하지 않은' 장애인가)가 아니라고 해서 태아의 생명권을 빼앗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산모의 판단이 아니라 태어날 만 한 태아라면 태어나게 해주고 의료를 통해 그 질환을 치료하고 돌보아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낙태사유와 그 사유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낙태의 사유로 낙태를 한 경우는 2.9%로 대부분 낙태를 한 여성의 경제적 이유, 커리어상 이유, 미성년자라는 이유인 사회문화적 이유로 불법낙태가 횡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낙태로 하루 3000명정도의 태아가 목숨을 잃는다. 이러한 태아의 생명권이 과연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살펴보자. 낙태죄 완전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단체 및 시민단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임신의 책임은 오롯이 여성에게만 가해지고 임신을 중단할 권리조차 없는 상황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이야기한다. 재생산을 위한 성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는 원하지 않던 결과이고 대부분 양육의 주체로 여성이 그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일단 나는 이러한 성관계에 대한 인식 자체도 문제일 뿐더러 과연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한 먼저 산 사람이 그 선택의 주체가 되어야지 미래에 태어날 태아가 그 선택권을 가져서는 안된다라는 주장도 서슴치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먼저 태어난 사람에 대한 존중은 윤리적으로 옳다고 믿어진다. 하지만 그 존중이 먼저 태어난, 나이가 많은 사람의 이익, 예를 들면 커리어의 방해가 된다고 나이가 적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사회관념상 절대 용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아예 인정하지 말자는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자기결정권은 인간과 짐승을 구별하는 중요한 자유주의 사회의 인권적 가치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삶을 구성해 나가는 권리는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삶을 설계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방향에서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우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그 어떤 지점에서 낙태죄를 결정지어야 할 것이다. 법은 해당 사항을 어긴 개인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동의하는 옳지 못한 행위를 규제하고 그것을 예방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즉 우리가 낙태죄를 재구성해야 하는 이유는 여성들을 처벌하고 그들의 삶을 제한시키려는 가부장적인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을 보호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나 선생님께서는 10주와 22주를 기준으로 낙태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10주는 인간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를 갖추고 심장이 뛰며 의학적 검사를 통해 태아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시기이며 이 시기 이전의 낙태는 산모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10주에서 22주는 숙려기간을 거쳐 낙태를 결정하고 22주 이후의 낙태는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셨다. 22주 이후부터는 의학적으로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 첫번째 이유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러한 기간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면 임신 중, 즉 산모의 뱃속에 태아가 있을 경우 영아의 형태를 한 아이가 출산 예정일 전날에도 살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의 윤리적 문제 뿐만 아니라 임신중절술의 시행의 주체인 의사가 살인을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22주의 윤곽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태죄가 재구성 되어 낙태가 다시 음지로 돌아가면 낙태수술 자체도 음지화 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수련을 밟기 어려울 뿐더러 여성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와 더불어 낙태시술 자체는 여성의 몸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건강할 수 있게 적절한 합법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22주 이후의 태아는 정상적으로 인간이 되어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서는 태어나게 해주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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