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 의료사고피해자
6명 장기기증 기석이, 부모의 긴 법정싸움 - 경향신문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804220927021#c2b
오늘은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이신 기석이 아버지를 뵙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기석이는 사고 당시 중학생이었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터져 1차 출혈이 생겨 두통과 함께 3차의료기관의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응급수술 혹은 코일색전술을 했으면 살았을 기석이는 모종의 이유로 다른병원으로 전원되고, 이 전원과정에서 2차 출혈이 생겨 뇌사가 되고 장기기증을 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각 과정별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각 문제의 발생 이유와 그를 해결할 수 있을지 탐색해 보자.
첫번째 문제는 3차 의료기관에서 응급수술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역시 응급수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응급수술을 결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의사로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의사라면 그 직업윤리상 자신이 생명존중의 입장에서 해야할 의무가 있다.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자살을 하려고 하는 환자를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도와야 하는 의무들이 있다. 하지만 해당 의사는 생명존중이라는 이유 이외의 부차적인 이유로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예상컨데 그 이유로는 기계적으로 환자를 보는 해당 의사의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다. 그 의사는 기석이를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의 한명으로 적극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단지 눈앞에 해치워야 할 문제들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이다. 아마 기석이가 그 의사의 지인이거나 일면식이라도 있던 사이였으면 이런 의무위반은 일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비윤리적 직업관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의학교육의 시스템적인 개선도 중요하다. 우리 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인문사회의학과정과 같은 의학교육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하고 이렇게 임상적 소양을 갖추는 것에 더불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를 배출하기 위한 의학교육의 시스템적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두번째 문제는 의사의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기석이는 뇌동맥류의 1차 출혈이 있었고 이러한 경우 환자에게 경미한 자극으로 인한 충격은 혈압의 상승으로 2차 출혈의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는 게 두번째 문제이다. 만약 여기서 기석이 아버지가 이러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그에 따른 의사결정을 했었다면 기석이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이다. 의사는 설명의 의무를 충실히 해야 하고 환자의 이해 여부를 파악하여야 하고, 환자는 그러한 설명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하지만 의사의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결국 환자를 위한 방향과 반대로 상황이 흘러 갔다. 이러한 충분한 설명의 의무는 분명히 의사가 갖고 있는 법적의무기에 의사 개인이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세번째는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의사가 이송차량에 안내하지 않은 것도 큰 귀책사유이다. 노후되고 이러한 위험한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이송과정은 이 사고를 일으킨 이유 중 하나이다.
기석이의 사고는 단순하게 한 의사의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의사들은 작은 실수도 하지 않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도 한계를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탈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사고는 여러번 방지될 수 있었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이러한 필요를 주장하는 누군가의 의견제시가 있었다면, 만약 기석이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였더라면, 전원시 이송과정에서 이러한 상황을 알렸더라면, 이 중 하나의 방지턱이라도 있었더라면 기석이는 높은 확률로 살아남았을 수 있다. 단 하나의 방지턱도 그러한 의료사고의 앰뷸런스를 막지 못한 인재(人災)이다. 이러한 의료사고는 생명존중의 의식을 갖고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석이 아버지는 의료사고에 대한 병원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했다. 의료 과실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병원은 이조차 하지 않았다. 강력한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의무기록을 조작하고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의사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사고를 덮고 소송에 전략적으로 임해서 유족에게 2차피해를 가했다. 이런 점이 우리 의료 시스템이 아직 갖추지 못한 역량이다. 환자에게 우수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이러한 의료서비스가 환자와 그 가족에게 해를 가했다면 이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의사를 강한 규제와 무한한 책임속에 넣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좋은 방향의 규제가 될 수 없다. 단지 의사는 의사 나름의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하고 도덕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그것에 따르는 과정들에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고 실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정해야 한다. 그러한 과실이 있었다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과실여부에 대해 전달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여야 한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환자와 그 가족은 이를 부도덕한 것으로 인식하여 병원과 담당 의사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고 용서를 하는 역할설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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